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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Tips

대중가요에 클래식 음악이 미친 영향

by BetterManTomorrow 2020. 6. 19.

음악 장르는 매우 다양하고 여전히 새로운 장르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귀로 듣기에는 모든 것이 새롭고 참신하지만 한 꺼풀 벗겨내고 보면 우리가 식상하다고 생각했던 기존 장르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음악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오늘은 많은 음악 장르 중에서도 가장 오래 사랑받아온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우리 귀에 익숙한 팝이나 락음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락 음악은 대중음악 장르의 하나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한 이후, 노예가 된 흑인들이 즐겨부르던 가스펠과 블루스, 그리고 유럽인들이 부르던 컨트리, 포크 음악이 섞여 R&B, 로큰롤이라는 장르가 탄생하였고, 그중 로큰롤은 락음악의 모태가 되게 됩니다.


'Popular(대중적인)'라는 단어가 어원이 된 팝음악 역시 현대 대중음악의 기존 장르로 현대 시대의 대중들이 가장 좋아하는 멜로디외 리듬을 가진 곡을 가리킵니다. 케이팝이라는 단어 역시 한국 대중들이 가장 즐겨듣는 대중가요 혹은 한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대중가요라는 뜻입니다.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살펴 보자면 데이비드 보위의 앨범 '아웃사이드'와 요한 제바스티안 하브의 'b단조 미사'는 음악 스타일에서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클래식 음악과 팝 음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다르지요. 하지만 우리가 아는 대중음악은 클래식 음악의 전통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선율이나 화성, 악구나 화음의 구조를 보아도 알 수 있지요.


온갖 음악 요소들을 폭넓게 수용하여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낸 록 음악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종종 클래식 음악의 작곡 기법을 모방하곤 하지요. 영욱의 록밴드 젠틀 자이언트가 쓴 대위법은 클래식 음악의 오래된 대위법이 없었더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가 하면 독일의 전자음악 밴드 탠저린 드림이 앨범 '시간'에서 선보인 무조성 음향은 현대 음악에선 익숙한 것입니다. 팝음악과 록 음악 곳곳에서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표현형식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도어스의 음악은 쿠르트 바일의 가곡과 노래를 연상시키고, 퀸, 니나 하겐, 비외르크의 음악에서는 바일의 오페라적인 요소과 교향곡적인 색채가 두드러지지요.


1960년대에는 클래식 음악을 록 음악과 접목시킨 프로그레시브 록이 등장합니다. 더 나이스, 엑셉션, 에머슨, 레이크 앤드 파머는 이 장르를 꽃 피운 그룹들입니다. 특히 에머슨, 레이크 앤드 파머는 모데스트 무소르크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록으로 편곡하여 대단한 인기를 끌었지요.


록 음악에서는 꽤 오래 전부터 아방가르드 경향의 음악이 등장하는데, 이는 클래식 분야의 아방가르드나 실험음악, 그리고 재즈의 아방가르드와 분명한 선을 긋기가 어렵습니다. 스콧 워커의 앨범 '그리고 누가 무도회에 갈까요?'나 프레장과 아르주아 같은 밴드가 주축이 되었던 록을 통한 저항운동인 '록 인 오퍼지션'을 떠올려보십시오. 아마 클래식 전자음악이 뿜어대는 생동감과 생명력이 없었더라면 다양한 스타일의 록 전자음악은 가능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록 음악과 팝 음악은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이 남긴 방대한 선율 창고를 이용합니다. 잘 알려진 클래식 음악의 선율을 팝 음악의 후렴으로 활용하기도 하며, 또 주요한 모티브들은 랩이나 힙합 음악의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클래식 음악과 접목시킨 또 하나의 특별한 형태를 살펴볼까요? 바로 앨런 파슨스가 앨범 '신비와 상상의 이야기' 중 기악 모음곡인 '어셔가의 몰락'에서 선보인 것인데, 드뷔시의 미완성 오페라 '어셔가의 몰락'을 록밴드 곡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록이나 팝보다는 재즈가 클래식 음악과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율, 리듬, 화성의 구조를 비교해보아도 결코 클래식 음악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대표적인 현대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은 잊혔던 선법을 부활시켜 다양한 화성과 선율의 가능성을 넓히고 새로은 음향언어를 구축했으며,  재즈 음악에도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주었지요. 마르티누는 '재즈모음곡'을 작곡했고, 재즈 피아니스트 칼라 블레이가 참여한 대규모 재즈 오페라인 '에스컬레이터 오버 더 힐'은 재즈 음악과 클래식 음악의 멋진 조화를 보여주는 훌륭한 예입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이 일방적으로 대중음악의 영역에 영향을 끼치기만 한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이 있지요. 현대 음악도 록 음악과 팝 음악에서 다양한 영감을 얻습니다. 198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전자음악의 한 종류인 하우스 뮤직이나 록의 리듬을 현대 오페라에서 마주칠 수 있고, 해먼드 오르간, 드럼 전기기타가 클래식 음악에 쓰이기도 합니다. 한번 올가 노이비르트의 음악극 '로스트 하이웨이'와 '벨람스 페스트'를 들어보세요.


※ 참고 문헌 '쾰른 음대 교수들이 엄선한 클래식 음악에 관한 101가지 질문'(아네테 크로이치거헤르, 빈프리트 뵈니히) -2010. 3. 5.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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